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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을 걸어가면 밤이 우리를 이끌었고 - 이제니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가끔 생각한다. 요즘은 부표 없이 망망 대해에 떠 있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니 고통이 없고, 고통이 없으니 그냥 산다. 뿌연 안개가 걷힌, 맑은 하늘 아래 서고 싶지만 눈 앞의 안개를 사라지게 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러다 이 시를 만났다. 답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타이핑했다. 이런 순간에 시를 읽고 더듬거리며 길을 찾게 될 줄이야. 경계선을 넘어가고 싶고,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오래 전 맡았던 꽃 향기를 다시 맡고 싶고, 고유한 목소리를 되찾고 싶습니다. 희미하게 나아갑니다. 바닥은 이미 쳤고, 이제는 거울을 마주하고 정면을 응시한 채 한 걸음씩 내딛을 때. 8월의 사연은 한 여학생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올라온 '주문제작, ..

읽어야/시 2022.12.01

The Musical mini edition - June 2022, No.213

쌓여만 가는 소책자들을 정리하면서 인상적이었거나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들을 기록하려 한다. 언젠가는 읽을 것 같아서 이고 지고 살고 있지만, 그 언젠가는 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이 순간 뭐라도 하나 남겨놓으려고. book - 오늘도 자람 : 예술가 이자람의 평범한 일상 고백. "보이지 않는 축적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히 쌓이는 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 빅토르 위고 - 의원으로도 활동 - 나폴레옹 3세의 독재에 반대하다 망명 - 에르나니 소동 : 시간, 장소, 행동을 통일하는 삼일치 법칙과 12음절로 된 운율 형식인 알렉상드랭 운율 등 고전주의에서 엄격하게 지키던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운문극 '에르나니'를 완성. 고전주의자들의 조롱을 뒤덮는 낭만주의자들의 우레와 ..

읽어야/정리 2022.11.09

10년 만에 돌아온 ‘사랑의 시인’ 진은영

진은영은 ‘사랑’이란 “어긋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하기’가 낳는 불가해한 낙담, 나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발생할 때의 통증 앞에서 ‘미래는 장밋빛일 거야’라는 아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겠다’는 의지만이 정확한 사랑의 태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미래는 행복할 거야’ 같은 믿을 수 없는 아첨을 하지 않는 게, 태도밖에 줄 게 없는 가난한 사람의 말일 거라 생각했다. 그는 사랑의 결과가 고통과 실패라 해도 당신 곁에 있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다. 이런 태도의 성실성이 거듭되는 절망 가운데서도 우리(공동체) 스스로를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곁에 있어주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위로를 하다가도 정신이 자꾸 딴 데로, 내 관심사로 도망간다. 어떤..

읽어야/기사 2022.09.30

10. 가회동성당

북촌한옥마을이 있는 계동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인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첫 미사를 집전한 곳이자 마지막 조선 왕실이 세례를 받은 역사적인 장소이다. 이 지역의 관할 성당인 가회동 성당은 역사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사랑, 대청마루를 가진 한옥과 성당이 들어선 양옥이 어우러진 구조로 되어있다. 또한 성당 1층에는 한국 천주교회와 가회동성당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멈춰야/종교 2022.09.24

8. 삼성산성지

예전에 가끔 미사 드리면서 위안을 받았던 곳인데 십 수년 만에 다시 가니 어느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갔던 성당이 이곳이 맞긴 맞았는지. 꽤 높은 곳에 있었단 기억만 아스라히 드는데, 제법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큰 길이 아닌 골목길로 내려왔는데, 서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옛 마을과 시장이 위치해있었다. 돈이 많으면 성당 마이크 시스템을 좀 개비해드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 # 삼성산 성지는 기해박해(1839) 때 군문효수의 형을 받고 순교한 조선 제 2대 교구장 앵베르 라우렌시오 주교와 모방 베드로 신부, 샤스탕 야고보 신부의 유해가 58년간 안치되었던 곳이다.

멈춰야/종교 2022.09.24

7. 왜고개성지

가깝지만, 군종성당이 있어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곳인데 개인적으로 이번 순례길 중 제일 좋고 인상적이었던 곳이었다. 세속 속 쉼터 느낌이 든달까. 들어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두막같은 기도처가 특히 좋았다. # 왜고개는 현재 군종교구 주교좌인 국군중앙성당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1839년 기해박해 때 군문효수의 형을 받고 순교한 앵베르 주교, 모방 신부와 샤스탕 신부 그리고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1866년 병인박해 때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한 남종삼 요한, 최형 베드로 그리고 홍봉주 토마스 등이 얼마간 매장되었던 곳이다. 왜고개는 조선시대 500여 년간 기와와 벽돌을 공급하던 와서가 있던 곳으로, 서울 명동대성당과 중림동 약현성당을 지을 때 사용했던 벽..

멈춰야/종교 2022.09.23

6. 종로성지성당

종로성지성당은 좌,우포도청이 위치했던 지역을 관할하는 성당으로 2013년 2월 '포도청 순례지 성당'으로 지정되었다. (전옥서 터, 우포도청 터, 형조 터, 의금부 터, 경기감영 터, 좌포도청 터 관할 ) 포도청 순교지는 103위 성인 중 최경환 프란치스코, 유대철 베드로, 허임 바오로 등 스물 두 분, 124위 복자 중 윤유일 바오로 등 5위가 장살, 옥사, 교수 등으로 순교한 곳이지만, 성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없어 이곳 종로성지성당에 성지순례 안내소와 순교자 현양관을 만들어 한국 천주ㅜ교회의 역사적인 사건과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멈춰야/종교 2022.09.23

5.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서소문역사공원,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서소문 성당에서는 주일 미사를 드렸는데,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중 인상적이었던 것. 성지 순례를 하기 전 미움, 욕심, 잡념을 비우고, 순례를 마친 후 그 빈 자리를 순교자들의 믿음과 사랑으로 채울 것. 이날 성지박물관의 기념품점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와닿은 문구가 있었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우리의 기도를 가장 잘 중재해 주시는 성모님께 우리는 탄원의 기도를 드리며 얽혀 있는 삶의 매듭을 풀어주시기를 간청한다"며 "그분께서는 사랑이 충만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의 탄원을 들어주신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문제들, 우리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떨어뜨려 놓는 죄들에 가로막혀 있다면 성모님께 맡겨드리고 도움을 청하십시다. # 서소문은 조선시대 수도 한성의 출입 성문이던 네 개의 도성 대문과 네 개의 ..

멈춰야/종교 2022.09.22

미셸 강 코그노상트 창업자 겸 CEO

한국인 여성 기업인이 미국 여성 프로축구 구단주가 되었다. 최근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분의 기사를 읽고 제대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80년대 초에 도전을 위해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을 지지해주셨던 부모님도 보통 분은 아니셨다는 생각이 들고. (찾아보니 어머니가 교사 출신으로 세 딸이 어느 정도 크자 사회 활동을 시작해 2선 국회의원까지 해낸 이윤자씨였다.)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뤄간 모습도 멋있다. 애써 쌓은 것 같다가도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나와는 다른 삶의 궤적이 부러웠다. 무엇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사람을 챙기는 섬세함에 놀랐고, 그 점이 제일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안 맞는 직원이..

읽어야/기사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