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기사 6

10년 만에 돌아온 ‘사랑의 시인’ 진은영

진은영은 ‘사랑’이란 “어긋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하기’가 낳는 불가해한 낙담, 나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발생할 때의 통증 앞에서 ‘미래는 장밋빛일 거야’라는 아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겠다’는 의지만이 정확한 사랑의 태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미래는 행복할 거야’ 같은 믿을 수 없는 아첨을 하지 않는 게, 태도밖에 줄 게 없는 가난한 사람의 말일 거라 생각했다. 그는 사랑의 결과가 고통과 실패라 해도 당신 곁에 있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다. 이런 태도의 성실성이 거듭되는 절망 가운데서도 우리(공동체) 스스로를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곁에 있어주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위로를 하다가도 정신이 자꾸 딴 데로, 내 관심사로 도망간다. 어떤..

읽어야/기사 2022.09.30

미셸 강 코그노상트 창업자 겸 CEO

한국인 여성 기업인이 미국 여성 프로축구 구단주가 되었다. 최근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분의 기사를 읽고 제대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80년대 초에 도전을 위해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을 지지해주셨던 부모님도 보통 분은 아니셨다는 생각이 들고. (찾아보니 어머니가 교사 출신으로 세 딸이 어느 정도 크자 사회 활동을 시작해 2선 국회의원까지 해낸 이윤자씨였다.)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뤄간 모습도 멋있다. 애써 쌓은 것 같다가도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나와는 다른 삶의 궤적이 부러웠다. 무엇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사람을 챙기는 섬세함에 놀랐고, 그 점이 제일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안 맞는 직원이..

읽어야/기사 2022.09.22

카뮈가 말한다 '비극은 자각해야 할 운명'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3117370000891?did=NA 카뮈가 말한다 '비극은 자각해야 할 운명' 1940년 11월, 스물일곱 살의 한 프랑스 청년이 리옹의 허름한 숙소에서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17년 뒤 그는 44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되고, 또 몇 년 뒤엔 47세의 이른 나이에 www.hankookilbo.com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통을 향하여 다시 걸어 내려오는 …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더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더 강하다.” 그러나 실존주의는 “미래에 대하여 기대를 걸 것 없는” 부조리의 세계(옮긴이의 해설) 속에서 희망 없는 자들 옆을 지키려면..

읽어야/기사 2022.09.16

허준이 교수 축사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 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학위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위..

읽어야/기사 2022.08.31

건축가 이일훈

이일훈은 자신이 설계하지 않았지만, 이 집에 마련한 자신의 작업 공간을 ‘종이로 만든 벽으로 된 곳’이란 의미의 지벽간(紙壁間)이라고 불렀다. 채나눔은 안채와 바깥채, 사랑채를 각각 떨어뜨려 지었던 전통적인 건축 기법에 따라 ‘건축물을 작게, 떨어뜨리고, 불편하게 지어살자’는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수도원을 지을 때도 기도 공간인 경당을 숙소와 멀리 떨어뜨리곤 했는데, ‘왜 경당에 갈 때마다 바깥 날씨에 따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게 지었느냐’는 수도자들의 하소연에 ‘반성하고 기도하러 가는 길인데 옷을 갈아입고 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답하곤 했다. 교우들이 내는 돈을 관리비로 써버리거나 집 관리에만 신경을 쓰지 않고, 복음의 본질을 추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기 과시나 위세를 내보..

읽어야/기사 2022.07.08

필즈상 허준이 교수 인터뷰

발상이 어디에서 오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은 개인적이고 신비로운 경험이다. '그렇구나!' 하고 깨달은 극적인 순간을 특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금의 저는 3년 전의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몇 가지 수학적 사실을 이해하지만, 3년 사이 언제 이해하게 됐는지는 모른다. 기억하는 순간은 이미 그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고 깨달은 날이다. 우리 마음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일단 발상이 의식 속으로 뚜렷하게 들어오면 문제 풀이는 보통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단독] "대학 4학년때 뒤늦게 길 찾아…수학은 나의 한계 이해하는 과정" 한국계 첫 `수학 노벨상` 필즈상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단독 인터뷰 학부전공은 수학 아닌 물리학 히로나카 교수 수업이 전환점..

읽어야/기사 2022.07.06